하루하루

북한산 둘레길 걷기3

윤정자 2020. 4. 17. 19:47

2020년 4월 13일 (월) 3일차

7구간 옛성길, 6구간 평창마을길, 5구간 명상길  

2km+2.7km+5.0km+2.4km=약12km 25,000보

오전11시부터 오후4시10분까지,


이틀을 쉬고 8구간을 시작으로 7구간, 6구간, 5구간 둘레길을 걷는다.

오늘은 전철을 타고 가기로 한다.

집에서 9시쯤 출발해서 인천1호선~공항선 계양역~공덕역~6호선 독바위역으로 환승을 몇번 해서

11시쯤 도착.

지난번 중간에 끝낸 8구간 불광사 부근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정겨운 구름정원길 벽화-같이 손잡고 걷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림이다.


이 구간은 동네에서 가까워서 그런지 가볍게 산책나온 동네사람들이 많다.

손잡고 다정히 걷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좋아 보인다.


이제는 7구간 옛성길(1.7km)로 들어간다.

이전보다 꽃색이 더 짙어졌다.

요새 유난히 남편이 꽃이 눈에 들어오는지 꽃만 보면 사진을 찍자고 한다.




개복숭아꽃이 색깔 곱게 피었다.

개복숭아꽃만 보면 우리는 엄마 생각이 난다.

남편은 기관지가 좋지 않던 우리 엄마에게 개복숭아 엑기스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2013년 유명산 등산을 다녀오다가 산입구에서 개복숭아를 사서

그해 엑기스를 남갔다. 근데 그해 엄마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그 길로 병원에 100일 정도 계시다가 돌아가셨고

그 엑기스를 드실 수 없게 되었다.

올해로 7년째 그 엑기스를 우리가 음료수 삼아 먹고 있다.

엄마 이제는 숨 쉬는데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계시지? 아버지랑 잘 지내시지요?

우리도 엄마가 끔직히 좋아하는 영지, 은지도 잘 있어요.

엄마의 첫 증손자 루카스가 얼마나 예쁘게 크고 있는지 몰라.

엄마가 봤으면 너무 좋아하셨을 거야.

은지도 8월에 아기 낳아요. 딸이라고 세이지가 엄청 좋아하고 있어요.


북한산 봉우리봉우리들이 넓게 멀리 펼쳐져 있다.

아이들 어릴 때 어느 겨울날 등산장비도 없이 멋모르고 올랐던 보현봉이 멀리 보인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그때를 생각하면 남편은 지금도 아찔하다고 한다.

겁이 난 내색을 할 수도 없었다고.....


이렇게 이정표가 잘 되어있어 다른 길로 갈 수가 없다.

쫌 욕심을 내자면 남은 구간 거리표시가 있으면 얼마나 더 가면 될 지 가늠을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오늘 점심은 개복숭아, 벚꽃, 개나리가 한껏 피어있는 꽃밭에서 먹는다.

소박한 김밥에 두견주 한잔, 복숭아주 한잔, 벚꽃주 한잔......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로 멋과 향을 마셔본다.


애주가 남편과 두견주



점심을 먹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왠지 낯익은 동네

나의 유년 시절부터 결혼 전까지의 흔적이 남아있는 홍은동이 둘레길 오른편에 있다.

은지가 태어난 서울간호학교병원, 돈가스와 홍탁으로 유명해진 포방터 시장 쪽이라는 지도를 보니 반갑다.

내가 자란 곳은 다음에 시간을 내어 들러보기로 한다.

둘레길 아래로는 은평구와 종로구를 연결하는 구기터널 구간이다.


6구간 옛성길구간임을 알려주는 탕촌대성 암문 입구이다.

탕춘대성은 1717년 경 서울 성곽과 북한산성을 잇는 성으로 도성과 외곽성(북한산성)의 방어기능을 보완하고 군장 저장을 위해 세워진 성이다.



우리는 평창동 방향으로 간다.


이제 6구간 평창마을길 구간(5km)

여기서 부터 5km는 언덕위에 대궐 같은 집, 잔디마당이 쫙 펼쳐진 집들의 평창동마을길이다.

이제까지 산길, 들길을 걸었다면 이곳은 도시이다.

TV드라마처럼 고급진 홈웨어에 막 미용실 다녀온 것 같은 머리발을 날리며 대저택 사모님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사람은 보이지 않고 외제차가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다.

멀리 가까이 왼쪽 오른쪽으로 멋진 집들을 구경하며 간다.


주인이 나올까봐 가슴을 졸이며.....



우주선처럼 생긴 집-뭐하는 집일까? 아니면 뭔 회사?


6구간 끝, 5구간 시작점인 형제봉입구에 도착한다.

힘들다고 그만 가자는 남편에게 삶은 계란을 먹일 요량으로 잠깐 쉬며 시간을 번다.

쉬며 계란을 먹는 동안 5구간 이름을 보니 명상길이다.

내가 남편에게 하는 말

'길 이름이 명상길인 걸 보니 힘들지 않겠어. 힘들면 명상을 할 수 없잖아? 그러니까 한구간만 더 걷자'

단순하고 순진한 우리 남편 계란 3개에 힘이 나는가 보다.

그러자며 일어선다.


삶은 계란 3알에 기분 좋아진 남편


5구간 명상길 입구:명상길인 걸 보니 힘들지 않겠어



우리 바로 여기 있어. 엄청 많이 왔지? 조금만 더 가자


역시 이름값을 하는 길이다. 

명상길-가파르지 않은 부드러운 흙길에 등 뒤로 넘어가는 햇살이 적당히 따스하다.

명상까지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남편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근 5시간을 걸을 수 있는 나와 비슷한 체력과

별 까다롭지 않은 성격에다 어지간하면 내게 맞추어 주려는 남편.

평소 말이 없어 답답할 때도 있지만

철저한 책임감과 아이들 일에는 참 지극정성인 사람이다.

요즘 나이탓인지 TV보다 잘 울어서 내 놀림감이 되고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오늘 하루 12km 둘레길을 마무리 한다.

정릉에서 전철을 몇 번 갈아타고 집에 무사히 도착.

내일은 4구간, 3구간, 2구간, 1구간을 걸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