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한양도성 순성길 1

윤정자 2020. 4. 25. 15:05

한양도성 순성길 1일차

2020년 4월 17일 금요일


한양도성 순성길 남산 코스를 돌다

북한산 둘레길 완주에 탄력받아 서울성곽길을 걸어보기 했다.

전에 인왕산 코스와 북악산 코스는 걸어본 적이 있으나

이번 기회에 전 구간을 다 걸어보려고 한다.


한양도성 순성길(漢陽 都城 巡城길)

조선시대 도읍지 한양의 사대문과 사소문을 둘러친 성벽으로

한양을 외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전체 18.6km로 한양도성은 사적1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 세계 도성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1396년~1910년, 514년) 도성의 기능을 수행하였다.

한양도성 순성길은 4개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왕산 코스(숭례문~창의문(북소문), 북악산 코스(창의문~헤화문(동소문),

낙산 코스(혜화문~장충체육관), 남산 코스(장충체육관~숭례문)

성곽을 따라 걷기도 하고 시내 길, 동네길로 연결되어 있다.

 


오늘은 남산 코스를 걷는다.

1호선 전철 시청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사실 이곳서부터의 이정표는 찾기 힘들었다.

지리는 알고 있던 터라

국보1호 숭례문 방향으로 걸어서 그곳부터 시작한다.


늘 차로 붐비는 곳인데 요즘 차가 덜 하다.

이곳을 지나면 꽤 오래 전에 있었던 숭례문 방화사건이 생각난다.

벌써 12년 전이 되었다.

2008년 2월 10일 방화범이 개인적인 불만에 불을 질러 2일 동안에 걸쳐 숭례문 1, 2층 누각의 일부가 소실되었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호주 퍼스에 있던 은지한테 갔다가 10일 동안 여행하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13일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신문을 보았는데

남대문이 불타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이게 뭐지, 진짜야? 꿈인가 싶었다.

지금도 이 앞을 지날 때면 그때의 충격과 안타까움에 또 눈이 간다.


남산 방향으로 오르다보면 남산 돈가스 집이 나온다.

매스컴을 타면서 유명해졌는데 11시쯤 시간이 이르긴 하지만 이른 점심을 먹는다.

옛날 경양식집에서 나오는 납작하고 큰 돈가스로

요즘 고기살이 두툼하고 파삭한 돈가스와는 다른 맛이라 내 입맛에는 그냥.....

꽤 오래 된 가게인 것은 틀림없는 듯.

2002년 정덕희 씨 사인과 2004년 김광한 씨의 사인이 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남산공원에서 성곽을 따라 올라간다.


순성길은 원래 모습대로 남아있는 곳과 중간중간 이렇게 보수를 해서 이어놓았다.

바람이 좀 부는 날씨에 하늘이 맑아졌다. 멀리 옛 어린이회관과 서울N타워가 보인다.


백범광장에서 동영상을 찍어 보았다.

참 어색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올려본다.




나만 하면 쑥스러우니까 남편도 한마디....


백범광장, 안중근의사 기념관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남산성곽길을 올라 서울N타워까지 오른다.

중간쯤 잠두봉 포토아일랜드에 서면 서울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맑은 하늘 덕분에 가까이에는 서울 시내와 멀리 북한산, 도봉산이 깨끗하게 보이고

다음에 돌게 될 한양도성 순성길의 북악산 코스와 인왕산 코스도 보인다.

지난 번에 북한산 둘레길을 돌며 보았던 봉우리봉우리들이 새삼 반갑다.




코로나19 여파로 남산케이블카도 운행중단


걸음을 재촉한다



정상에 있는 목멱산 봉수대

봉수제도는 불을 피워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꽃으로 변방의 소식을 중앙까지 알리는 역할을 했던 일종의 통신제도.

이제는 장충체육관쪽으로 내려간다.

성곽과 푸른 녹음 숲을 지나 동네를 지나 국립극장을 지난다








각자성석(刻字城石, 성돌에 이름을 새겨넣다)

말 그대로 공사 실명제이다.

여기 새겨진 글은

숙종35년(1709) 8월에 도성 개축 임시 책임자인 조정원, 오택, 윤상후가 함께 공사를 감독했으며

전문 석수 안이토리가 공사에 참여하였다는 내용이다.

한양도성에는 이러한 각자성석이 280개 이상 전해지고 있다.


장충체육관에서 남산 구간은 끝이 나지만

오늘은 조금 더 걸어 흥인지문(동대문)까지 걸어간다.


큰길을 건너 동네를 좀 걷다가 광희문 이정표를 보고 길을 따라간다.

동네에서 좀 끊겼던 성곽이 다시 이어지고 광희문이 큰 길가에 우뚝 서있다.

광희문은 사소문 중의 하나로 수구문, 시구문이라고 불리는데


역사적인 이야기보다 나는 우리 아버지 생각이 났다.

광희문은 한자로 光熙(빛 광, 빛날 희)로 우리 아버지 이름이 光자 熙자였다.

사실 광희문이 여기 있다는 건 처음 알았고 처음 보았다.

'우리 아버지가 한양 도읍지에 당신 이름을 딴 성(城)곽문을 가지고 계셨네.

돌아가시기 전에 말씀을 해 주시지. 큰 재산이었구만'

남편과 나는 이렇게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며 웃어본다.



내 어릴 적 이름은 희숙(熙淑)인데 

아버지 이름에서 한 글자 희(熙)자와

엄마의 이름에서 한 글자 숙(淑)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한양도성 순성길에서 아버지와 엄마를 떠올린다.

이렇게 웃고 즐기고

걷다가 걷다가 흥인지문(동대문)에 닿았다.

시간은 3시반쯤, 2만보 정도 걸었다.

다음엔 동대문에서 혜화문을 거쳐 북악산 구간을 걷기로 한다.

여기까지 온 김에 동묘앞 벼룩시장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