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송년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윤정자 2013. 12. 24. 09:38

 

 

 

15년지기 8명의 친구들 모임 미앤지(아름다움과 지성???)

 

1999년 일본어 공부를 하러 인천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만난 우리들 8명

2013년까지 많은 세월이 지나 지금도 우리들은 만남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2,3년에 한번씩 해외여행, 국내여행

연말이면 연극, 뮤지컬 등등을 보며 우정을 다지고

그 세월만큼 인생의 재미를 쌓아가고 있다.

 

올해는 연말모임으로 요즘 핫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를 보았다.

홍대 대학로 아트센터. 홍대라고 해서 극장이 홍대에 있는 줄 알았던 미정.

일찌감치 예매를 하여 (R석 99,000) 나의 복지카드로 2명 50%할인, 결과적으로 8명 값으로 9명이 보게됨.

 

드디어 D-day. 12월 21일 토요일 오후 3시 공연

이종혁, 마이클리, 김동완 트리플 캐스팅(?)의 공연 중 우리는 준수아빠 이종혁의 '벽뚫남'을 보기로.....

 

벽을 뚫는 남자는 파리 몽마르트 언덕을 배경으로

소심한 남자, 지극히 평범한 남자 우체국말단 공무원인 듀티율이 어느날

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일상을 코믹하게 풀어가는 유쾌한 뮤지컬

11명의 배우가 20여가지 이상의 인물을 소화하며

뮤지컬 내내 무대위를 종횡무진.

 

이종혁의 연기는

그렇게 노래를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인공 듀티율을 연기하기엔 안성맞춤.

어찌보면 세련되지 못한 노래도 듀티율의 성격을 나타내기 위한

지극히 계산된 연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인지 아니면 가창력이 떨어지는지는 전문가들이 알겠지)

그만큼 극에 집중하게 만드는 건 이종혁의 힘이리라.

 

참 신기한 것은

듀티율의 모습 속에 그의 아들 이준수가 보인다.

아빠 어디가의 이준수는 약간은 소심하지만 한없이 사랑스러운 왠지 지켜주고 싶은 남자아이 아닌가

이종혁의 수줍은 듯한 얼굴 표정, 약간은 자신감없는 말투와 행동 등등.

피는 못 속이지.......

 

또 이 뮤지컬에서 빛나는 조연, 감초 연기의 달인 '고창석'을 눈여겨 봐야할 일.

술주정뱅이 의사로, 생전처음 변론을 맡은 변호사로 무대를 누빈다.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짱.

 

그리고 

관객을 설레게 하는 또 한사람.

노래 반주는 무대 오른쪽과 왼쪽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데 피아노외 몇 가지 건반악기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그 무대 왼쪽에서 신들린 듯 피아노를 치는 사람.

물론 나는 그 사람의 뒷모습 밖에 볼 수 없지만

악보를 비추기 위한 불빛 하나에 비치는 피아노를 치는 손과 그 사람의 등짝이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무대의 배우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욱 열정적인 그의 손과 춤추듯 흔들리는 어깨에

배우들의 노래가 더욱 아름답게, 더욱 절절하게 묻어난다.

 

대학로의 젊음을 한껏 느끼고

저물어가는 한해의 아쉬움을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으로 보낼 수 있었던

좋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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