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북한산 둘레길 걷기5

윤정자 2020. 4. 22. 12:35

2020년 4월 18일 (토) 5일차

21구간 우이령길, 20구간 왕실묘역길, 19구간 방학동길

(6.8km+1.6km+3.1km=12.5km

11시 교현 우이령길에서 시작해서 3시반 무수골까지 4시간 30분 23,000보)


21구간 교현 우이령길 

16일날 우이령길을 예약했으나

우리 남편이 15일날 커피를 한잔 먹고는 밤에 한잠도 못잤다며 둘레길은 무리일 것 같단다.

이른 아침 예약을 취소하고 하루를 그저 쉬며 보내고

17일은 비가 와서 둘레길을 쉬고

18일 토요일에 다시 예약을 하여 가기로 한다.


9시쯤 집을 나서 불광역까지 가고 시내버스를 탄다.

토요일날이라 북한산성으로 가는 버스는 대만원이다.

불광역, 연신내역, 구파발역을 거치는 동안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가득하다.

사회적거리두기로 바깥 활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실외활동인 등산으로 사람이 모여든 거 같다.

만원버스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말을 건내서 잠깐 동안 얘기를 나누는 동안

숨은벽에 꼭 가보라는 좋은 정보를 얻는다.



비가 온 뒤라 하늘은 더욱 파랗고 산길 또한 먼지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하다.

예약자 확인은 예약할 때 전송받은 바코드를 스캔하면 예약자 이름이 뜨고 그걸 확인하고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평소 400명 예약에 30~40명이었는데 토요일이라 130~140명이 예약을 하여

산길을 오고가며 사람들을 만나는 기분도 꽤 괜찮다.



길은 이전의 산길보다 훨씬 넓고 잘 정비되어 있다.

옛날 우이동쪽과 의정부를 횡단하는 산길로 한국전쟁 때는 물자를 이송하는 길이었으며

오랜 세월 개방되지 않아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는 구간이다.


우이령길의 백미

오봉을 만난다.








오봉은 참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산 꼭대기에 돌을 척척 쌓아올린 듯한 모습이다.

지형학용어로 토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옛날 고을 원님의 외동딸이 혼기가 차 사윗감을 고르게 되었다.

5명의 신랑 후보들은 돌을 던져 올려서 쌓아올리는 시합을 하였고 

그 청년들이 던져 올린 돌이 오봉이 되었다 한다.

어떤 청년이 장가를 들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요즘말로 결말을 열어두어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우이령길은 6.8km에 3시간 30분 소요된다고 안내되어 있지만

길이 평탄해서 점심먹는 시간을 합쳐도 2시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단위 등산객과 연세 있으신 어르신들이 많다.

아름다운 자연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어우러지니

우이령길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원님의 외동딸과 시합에서 이긴 청년도 행복하고 아름답게 잘 살고 있겠지요.



우이 우이령길을 나와 20구간 왕실묘역 구간으로 간다.

1.6km의 짧은 구간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또 걸어간다.


구간 입구는 초입문과 빨간 우체통 같은 것이 서 있다.

둘레길 완주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초록색 나무잎과 나무색 출입문, 빨간 스탬프 찍는 곳이 참 예쁘게 어울린다.


왕실묘역

누구의 묘일까?

왕실이면 왕릉 또는 00원일 텐데 묘라면?

얼마 걷지 않아 궁금증이 풀린다.

지금은 전망이랄 것도 없는 동네 한 가운데 고층아파트가 전망을 딱 가리고 있는 곳에 있는 무덤.

조선 10대 임금인 연산군과 그의 부인, 태종의 후궁인 의정궁주 조씨, 연산군의 딸과 사위의 무덤이다.



연산군은 실정으로 인해 군으로 강등되어

강화도 교동에 유배되었다가 죽어 교동에 안치된 후에 중종 때 이곳으로 천장되었다.

왕이었으나 군으로 강등된 만큼 그의 묘는 왕실 묘의 격과는 다른 조촐한 모습이다.

내가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아 전국 여기저기 꽤 다녀봤는데

연산군묘는 처음 와 본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하는데

생전에 잘 살아야한다는 보편적 진리를 다시 각성한다.


보통의 문인석과 무인석의 어깨는 당당하여 죽은 이를 호위하고 있는 모습이나 

사진에 찍힌 문무인석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쑥 빼고 서 있는 듯

왠지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남편은 뭘 아는 지 그들의 마음까지 찍은 것 같다.

(물론 어쩌다 찍힌 사진으로 이건 순전히 사진을 보는 내 마음일 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오지랖 궁금증 하나.

연산군의 가족이 같이 묻혀 있는 건 알겠는데

태종의 후궁 의정궁주의 묘는 왜 여기 같이 있을까?

여기 저기 찾아보니

이 땅이 연산군의 부인인 신창군부인 신씨의 외할아버지 임영 대군의 땅이었단다.

의정궁주 조씨의 제사를 임영 대군에게 받들도록 하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지금은 알 것 같은데 얼마나 기억하게 될 지 알 수 없다.

요즘 새로 습득한 사실은 통 기억이 오래 가질 않는다.

뭔 얘기도 들을 땐 알겠는데 조금만 지나면 기억이 가물가물......

잊혀져야 새로운 것들이 들어오고 기억되고 축척된다고 하지만

들어오는 것도 한계가 있고 축척되는 건 점점 적어지고 있다.

연산군의 조촐한 묘를 보니 쓸쓸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


왕실묘역길 구간의 끝이자 시작점인 정의공주묘앞

이곳은 정의공주와 남편인 양효안공의 묘이다.

정의공주는 세종임금의 두번째 딸로 총명하여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한다.

살아 생전의 모습처럼 묘도 예쁘게 잘 정비되어 있다.



오늘의 마지막 구간 19구간 방학동길로 간다.

다시 도봉산을 왼편으로 끼고 산길을 걷는다.

전망 좋은 곳에 서있는 쌍둥이전망대에 오른다.

도봉구 전체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손끝에 우리나라 최고 123층 555m의 롯데월드타워가 손가락만큼 보인다.


오늘은 무수골을 끝으로 걷기를 마무리한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도봉역까지 걸어가야한다.

개천을 따라 30분 정도 걸어내려오니 1호선 도봉역.

근 2시간을 전철을 타고 집 도착.

집에 도착하니 영지가 인터넷으로 주문했다는 간장게장, 양념게장이 도착해 있다.

얼른 따끈한 밥을 해서 맛난 게장으로 배를 채우고 사랑도 채운다.



내일은 13구간 송추마을길을 걸을 작정.

둘레길 전체로 보아 3분의 2는 걸은 셈이다.

처음에는 날씨가 좀 쌀쌀하였는데

일주일 지나 날씨도 많이 풀렸고 산의 녹음은 더욱 푸르고

벚꽃은 거의 다 졌고 철쭉꽃이 피고

드물게 라일락꽃이 피고 있다.

참 행복한 봄날을 보내고 있는 요즈음이 새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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