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제주 뚜벅이 여행 4일차, 마지막날

윤정자 2013. 10. 30. 10:33

10월 17일. 제주에서의 마지막날.

예약한 콜택시가 시간을 딱 맞추어 우리를 기다린다.

첫인상은 그리 순해 보이지 않는 기사양반은 문학에 심취했던 젊은 시절 이야기며

제주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놓으신다.

그분에 들은 제주 사투리의 근원은 제주의 바람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바람이 많다보니 들에서건 바다에서건 큰소리에 해야하고

말을 길게 하다보면 말끝이 잘려 버리니

높은 소리로 짧게 해야 정확한 의사소통이 되었다는 말씀.

일리가 있어 보였다.

40여분 만에 영실입구 도착.

이제 산행시작.

 

 

 

 

몇번의 영실 산행으로 눈에 익은 키작은 조릿대나무가 여전한데 아직 단풍은 이르다.

이번 산행에 유난히 눈에 띄는 건 조릿대나무속에 핀 산수국꽃들.

별모양의 작은 꽃들을 잔뜩 달고 있다.

참 많기도 한데 왜 전에는 못 봤을까.

 

슬슬 숨이 턱에 닿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풍경은 점점 넓어지기 시작한다.

병풍바위, 오백나한은 우리 앞으로, 서귀포 앞바다는 우리 뒤를 따른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에 매달린 영롱한 빛깔의 앙징맞은 열매들은 가을이 깊어감을 알린다.

 

 

 

 

아 이제 끝이 보인다.

여기쯤 이르면 윗세오름은 다 오른 것이다.

오늘도 노루를 볼 수 있을까

노루를 보면 행운이 온다는데........

오늘은 다들 어디로 마실을 갔는지 안보인다.

 

 

 

윗세오름에 올라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맛난 컵라면 하나씩 먹고

기념사진 찍고

어리목산장쪽으로 하산한다.

어리목 산장길은 줄곧 내리막길과 굵은 돌멩이길이라서 내려오는 길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영실쪽보다는 단풍이 좀 들어 눈이 호사를 누린다.

 

 

 

 

내려오는 길에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던 외국인도 버스정류장에서 제주시내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자꾸 우리쪽을 쳐다보길래 짧은 영어로 말을 건네다.

제주 여행 즐거우냐고......

아주 즐겁다는 답변

그러면서 한라산에 일주일에 몇번 오느냐고?

엥 이건 뭔소리야?

아하, 아까 우리들이 '어리목코스는 내려오기 힘드니 다음번에 영실로 내려와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주에 사는 아줌마들인 줄 알았나보다.

아니요, 우리 제주 안살아요. 여행왔어요.

나도 여행왔어요. 일본 살아요.

몇마디 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버스가 오고 버스는 우리를 제주 시내로 실어다 주었다.

 

 

 

이렇게 우리의 3박4일 제주여행은 막을 내린다.

제주 공항에는 진짜 사람들이 참 많다. 공항도 많이 넓어졌다.

전에 비해 생선박스를 든 사람들은 안 보인다. 방사능 탓이리라.

아직 감귤도 이른 철이라 감귤박스도 안보이고 좁쌀로 만든 오메기떡이 요즘 기념품의 대세이다.

너도나도 오메기떡 가방을 들고 비행기에 오른다.

 

우리는 언제 또 제주에 오게 될까.

떠나자마자 다시 그리운 제주.

청보리물결 출렁이는 가파도를 꿈꾸며 제주를 추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