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스크랩] 여름휴가 이야기 (후지산 등산 2)

윤정자 2013. 12. 2. 19:00

딸아이가 자다가 머리가 아프다고 일어났길래 다같이 일어났다가

다시한번 별이 가득한 하늘 보고..

잠깐 잠들었다가 1시 30분 기상....

물티슈로 눈꼽만 떼고 정상을 향해 간다.

아래층에서 자던 사람들은 이미 출발하여 아래층은 텅텅 비었다. 

 

산을 오른 지 3시간 정도 지나서 해가 떠올랐다. 해는 곧 떠오르려 하는데 숨이 턱에 차서 빨리 올라갈 수가 없다.

정상 100m 정도를 남겨두고 해를 맞는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 해를 맞는데 기도를 하는 사람, 뭔 지 모를 경을 외는 사람, 노래 부르는 사람, 만세 부르는 사람 등등

나름의 방법으로 해를 맞고 있다.

나도 온가족의 건강과 우리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잘 이룰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해 본다.

 

 

 

드디어 정상....진짜 힘들다.... 정상에 발 딛을 틈이 없다.

등산로가 사람들로 꽉 차서 정체가 있을 정도이다.

숨이 차서 빨리 걸을 수도 없지만 사람이 많아서 빨리 갈 수도 없다.

1박한 시간을 빼고 꼬박 10시간을 걸려서 정상에 올라왔다.

정상에서 따뜻한 국물과 산장에서 가져온 도시락으로 이른 아침을 먹고는 다시 산을 내려온다.

추워서 더 있을 수가 없다.

 

우리가 내려가야 할 길......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산길을 5시간을 내려가야 한다....

 

줄지어 하산하는 사람들......등산하는 길과 하산길이 다르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것은 지팡이인데 한 자루에 천엔이고

각 고메마다 기념 불도장을 200엔에 찍어준다.

이 지팡이는 기념품이 될 뿐만 아니라 산을 오르고 내리는데 아주 유용하다.

 

3시간쯤을 내려왔는데 드디어 무릎의 통증으로 걸을 수가 없다. 염치 불구하고 하산로 한쪽에서 누워버렸다.

잠깐 누워있었는데 30분간 단잠을 잤다.

나중에 우리 남편은 코를 골며 자는 통에 옆에 누워있던 일본여인들이 배꼽을 쥐며 웃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끝이 거진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후지산에 다시 올 것 같지는 않다. 평생에 한번으로 족하다.. 아 힘들다....

 

총 15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후지야마 온천에서 피로를 푼 후,

다시 딸네집 동네에 와서 저녁으로 오코노미야끼를 먹었다.

철판에다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에 흠뻑 빠진 우리들......

 

혼자였다면 중간에서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숨이 턱에 차고 다리는 너무 아프지만 가족이 있기에,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정상까지 갈 수 있었다.

그래, 세상은 혼자는 어려운 거야.

같이여서 좋은 거지... 같이 할 수 있으니 좋은 거지.....

 

산을 내려오며

올 겨울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오면 한라산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아름다운 산을 보여주어야겠다는 마음에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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